

하늘호수
내용
아직도 한 번도/당신을/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가슴 아픈 일인가를/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만나지 못하고/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세월/침묵속에서/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어둠 속에서/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당신을 만나야지요/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오늘은 어제보다/더욱 믿으니까요.
<이해인 詩 상사화>
아주 오랜 옛날 산사 깊숙한 토굴에서 용맹정진 하던 젊은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9월 어느 날 소나기가 장대처럼 내리던 날, 스님은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답니다.
수행도 멈추고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석 달 열흘만에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고, 쓰러진 곳에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바로 그 꽃이 상사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 사랑'이라고 했다지요.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물들을 대합니다.
그 속에서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은 몇이나 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사물은 얼마나 있을까요?
6월이면 형체도 없이 잎은 시들고 석 달 열흘을 보내고 난 9월에야 꽃대를 세우는 상사화처럼 오랜 기다림 속에서 곱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해 봅니다.
200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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