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심 강조하면 창의력 높아져

유리 브론펜브레너는 미국 코넬대학의 유명한 문화심리학 교수였다.
그는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현상을 프로이트, 에릭슨과도 다르고 피아제, 콜버그와도 다른 아주 독특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인간생태학이 바로 그의 기본입장이다.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한 나라의 미래는 기성세대의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질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1960년대 중반 미국과 소련을 비교·고찰한 바 있다.
두나라의 기성세대가 각자 자기네 나라의 젊은 세대에 어떤 종류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과 소련 기성세대의 다음 세대, 즉 그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있어서 지적인 능력이나 신체 운동 능력에 대한 관심의 차이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의 눈에 현격한 대조를 이루며 부각된 관심의 차이는 독립심의 배양과 복종심의 배양이었다.
미국인들은 자녀들이 18세 이전까지 갖추어야 할 삶의 미덕으로써 독립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었고, 그것을 배양하고 가꾸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소련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녀들이 부모와 성인들(교사, 이웃사람 및 연장자)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석을 다룬 「미국과 소련의 어린이들」이라는 책의 말미에서 브론펜브레너는 독립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기성세대는 결국 창의성이 풍부한 젊은 세대를 키워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복종을 강조하는 소련의 기성세대는 잘 사회화된 소련인은 기를 수 있을지언정 창의적인 소련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언했다.
미국의 오늘을 버티는 힘은 그의 예언대로 「창의성 있는 자」들로부터 나온다.
미국이 독립성을, 소련이 복종심을 강조했던 것처럼 나라마다 강조되는 EQ가 다를 수 있다.
시대적 적절성과 시대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EQ는 국가와 문화발전을 가속화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EQ는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우리 국가와 사회는 청소년에게 어떤 EQ를 강조하고 키워주고자 하는가.
그것은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EQ인가.
한번쯤 점검해 볼 문제이다.